4대충 알아, 라고 나는 말했다. 나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그는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씁쓸히 웃었다. 그건 그것대로 좋았어.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 있는 한, 나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는 없었어. 내게 그것은 도중에 불과한 것이었거든. 내가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무 것도 숨기지 않고 그녀와 한 몸이 되는 것이었으니까. 소유하고, 소유되는 것. 그렇다는 증거가 필요했어. 물론 성욕도 있었지. 그러나 그것뿐만은 아니야. 내가 말하는 것은 육체적인 일체감이야. 나는 태어나서 지금껏 그런 일체감은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어. 난 언제나 혼자였지. 그리고 언제나 어떤 틀 안에서 긴장하고 있었어. 나는 자신을 해빙시키고 싶었던 거야. 자신을 해방시킴으로써, 지금까지 희미하게 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 그녀와 하나로 딱 연결됨으로써, 나는 자신을 규제해 온 틀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던 거야. 그런데, 그게 안 됐다는 거야?라고 나는 물었다. 응, 뜻대로 되지 않았어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한동안 난로 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장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묘하게도 밋밋했다. 결국은 마지막까지 불가능했어라고 그는 말했다.그는 그녀와의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또 그 생각을 단호하게 그녀에게 말해 보기도 하였다. 대학을 졸업하면 나는 곧바로 결혼할 수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약혼이라면 더 빨리도 할 수 있다. 그녀는 한참이나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띠었다. 그것은 정말 멋진 미소였다. 그녀가 그의 말을 기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상에 길든 인간이 손 아래 인간의 미숙한 정론을 들을 때 같은,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그리고 여유가 있는 미소이기도 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느꼈다. 있지, 너, 그건 무리야. 나는 너랑 결혼할 수 없어. 나는 나보다 몇 살 위인 사람이랑 결혼할 것이고, 너는 몇 살 아래인 사람이랑 결혼하
그렇게 불쑥 일상 속에 꿈처럼 예기치 않은 비일상이 파고들 때 환타지가 시작된다. 비일상이 일상을 조금씩 파먹어들어가고, 당황한 주인공들과 그의 주변은 애매모호한 구분 속에서 조금씩 뒤틀려간다. 그리고 환타지는 가지를 뻗어간다.나는 일요일 저녁 나절이란 시각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에 부수되는 모든 것요컨대 일요일 저녁 나절적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일요일 저녁 나절이 가까워지면, 내 머리는 어김없이 쑤시기 시작한다. 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여하튼 쑤신다. 양 관자놀이에서 일 센티미터나 일 센티미터 반 정도의 깊이에서, 부드럽고 하이얀 살덩어리가 기묘한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다. 마치 그 살 중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이 튀어나와 있는데 한참 떨어진 저편에서 누군가가 그 실의 한 끝을 살며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다. 딱히 아픈 것도 아니다. 아파도 이상할 것은 없는데, 신기하게도 통증은 없다. 깊이 마취를 시킨 부분에 긴 바늘을 폭 찌르는 것처럼.TV 피플이 내 방을 찾아온 것은 일요일 저녁 나절의 일이었다.그 이상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 그녀는 내내 울었다. 그리고 다 울고 나서도 이상한 말만 했다. 있지, 만약 말이야 만약 너랑 헤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너는 언제까지고 기억하고 있을 거야, 정말이야. 결코 잊지 않아.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해하는 걸. 너는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사람이고, 너랑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즐거웠어. 그것만은 알아줘. 단 그것과 이것과는 별개야. 만약 약속을 하라고 하면 하겠어. 난 너랑 잘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안 돼. 내가 누군가와 결혼한 다음에 너랑 잘 거야. 거짓말이 아니야, 약속해그때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라고 그는 난로 속의 불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웨이터가 메인 디쉬를 날라 오는 길에 난로에 장작을 더 집어넣었다. 불똥이 소리를 내며 튀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중년 부부가 열심히 디저트를 고르고 있었다. 무슨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