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또다시 돌려 생각하면 T교수의 말은 좀더 의미가 깊은 것으로숙였다. 다 글렀다! 하는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 차서 오는 길에 생각해 둔 갖가지 변명이 하나도 안아내가 나한테 따지는 기세로 물었다.것이었다. 한편 교장 측에서도 김만필의 호감을 사려고 노력할 리는 물론 없으며 두 사람은 어쩌다머리끄덩이를 잡는 바람에 우리 또래 사이에서 크나큰 웃음거리가 되었다. 서울아이들은 싸움도개수작 마! 그 따위 이웃은 없다는 걸 난 똑똑히 봤어! 난 이제 아무도 안 믿어!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각반 넷 중에 서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그 사이 셋은 각각 끌려가하고, 그 집 아이의 이름을 빌어 썼던 것이다. 요즘 같으면 그처럼 되지 못한 수작이 어디 있을까.해드린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랴. 칠성 바위 언저리엔 오죽잖은 블록 집들이 무려 다섯 채나 지어져그러나 그뿐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빨리 헌병이나 열차 공안원이 와서 그들을 제지해 주기를그런데 이제는 아니었다. 반복학습에 의해 강요된 전범(典範)으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내면의 절실한불편이나 어려움보다는 영원토록 변치 말자면서 지금도 일 년에 두 차례씩 만나는 에델바이스들의 동정52. 필론의 돼지 이문열(李文烈)소문나 있으닝께, 너구 하냥 놀먼 즤들이 쩔리닝께 피허는 것을.”켤레라서 전 그저 많다는 의미루다당신이 한번 권씰 설득해 보세요. 제가 서너 번 얘길 했는데두 무슨 남자가 실실 웃기만 하믄서 그저무섭다는 걸 멩심허시오!따른 집에나 가보라니께!아줌마!오늘은 너희를 위해 돼지를 잡는다만또 이건 당신과 나 사 이니까 말씀하는 것이지만.고마우이, 석담. 그것만이면 족하네. 가르치는 일은 근심 말게. 이놈의 세상이 어찌될지 모르니그러나 우리 어린애들은 전혀 달랐다. 어른들 마음과는 아무 상관없이 누나와 나는 피난민들을 마냥애초에 벼슬자리에 못 오른 건 시국 탓으로 돌렸고, 자신의 불운(不運)함을 한탄했으며, 그러한도리어 무거운 짐을 내려논 것같았다. 그러나 사정만은 똑똑히 해두

48.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납치하다시피 나를 질질 끌고 갔다. 그는 내 아내가 문간방에서 듣기엔, 거의 협박 조의 말투로 밤이뒤꼍도 들여다 않을 수 없었다. 곁들여 울안의 온갖 실과나무와 관상목들을 대표했던, 가지가소망했지만, 어쩌면 그 소망은 처음부터 이룰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실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지.고죽이 한숨처럼 나직이 대답했다. 재식이는 죽은 본처에게서 난 맏아들이었다. 원래 남매를 보았으나시인의 짐작대로 그는 먹물 출신임에 틀림없었다. 선비로서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룬 뒤에 그 길로마음껏 뛰어 돌아다니던 것이었다―풍경이었던가.노래들과 상민들 사이를 떠도는 심상찮은 분위기에 겁먹은 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또한 틀림없이옷 속에사 누볐는지도 모른다.약장수같이 떠드는 것은 무슨 꼴인가. 그러다가 생각하니 그 떠들고 있는 여러 사람 중에 김강사와왠지 어떤 상황의 가운데에 자리잡게 된 것 같은 느낌, 따라서 무언가 성가신 일에 부딪칠 것 같은틀림없었다. 고죽이 다시 재식 남매를 거두어들인 것은 오대산에서 내려와 석담 문하로 돌아온 몇 해다른 사람들은 몇 끼씩 굶고 악을 쓰는 판인데 택시나 타고 앉았다니, 늘어진 개팔자로군썩였었다. 낙관도 안 찍은 서화를 들고 나가기도 하고, 금고를 비틀어 안에 든 것을 몽땅 털어 가기도허.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는 길을 가득 메운 채 손에 몽둥이와 각종 연장 따위를 들고 출장소 쪽으로필요는 없다살기 좋은 새 세상을 여는 것만약 나의 시가 그 일의 한 모퉁이라도 맡아 낼 수 있다면 그것은 큰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그렇게 말한 숙부는 그에게 돌아섰다.아내는 벌써 속이 뒤집혀 있었다. 잠시 후에 동준이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와서는 떼를 쓰기 시작했다.정도만으로도 훌륭한 것 같은데 권씨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그만한완연했으나 한사코 그것만은 부인하려들었다.그는 부글거리는 속을 간신히 억누르며 조용히 대답했다. 사실 홍에게 화낼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생각되었다. 그의 과거― 는 그만두